성실한 태도로 인생을 꾸려 온 여성들은 주변 상황이 좋지 않으면 자신을 더욱 가혹하게 다뤄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종종 보인다. "내가 좀 더 노력하면 좋아질 거야"라는 책임감 때문이다. 직장에서도 관리자에 오르기 시작한 여성들은 종종 부하 직원들의 일을 자신이 해결하면서 본인이 아량 있고 책임감 있는 상사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리더십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한쪽에서 양보를 하고 협력을 해도 다른 한쪽에서 이를 알아주거나 협조하지 않으면 관계는 도무지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퇴보하거나 한쪽의 희생으로 끝나버린다. 새로 발령을 받은 유서경 팀장은 자신과 나이가 비슷하거나 어린 부하 여직원 네 명을 밑에 두게 됐다. 하지만 그녀가 막상 일을 하려니 여직원들은 자신을 존중하지도 않았고 자신의 말을 경청하지도 않았다.
인간성이 나빠서가 아니라 조직생활에 대한 마인드가 약한 여직원들은 유 팀장을 그냥 옆집 언니 정도로 보아 넘기는 중이었다. 이 직원들은 남자 동료들에게는 공손하고 배려심을 표하면서 유 팀장의 의사결정에는 대놓고 의문을 제기하며 그녀의 머리 꼭대기 위에 앉으려고 했다. 일을 주면 여라 가지 핑계로 마무리가 늦었고, 방법적인 면에서 쉬운 길만 찾았다. 상사의 옷차림에 대해 떨떠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고 출퇴근 때 인사도 없었다. 리더로 존중받고 싶었던 그녀는 권위적으로 굴어보기도 하고, 친해지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하인 그녀들은 기본적인 예의만 지킬 뿐 그녀를 상사로 대접하지 않았다. 결국 그녀가 생각한 가장 좋은 방법은 해고였다. 한 명을 해고시키고 나머지 한 명을 힘든 부서로 전근시키자 나머지 두 명이 갑작스럽게 충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구성원들이 이미 주어진 시스템에 적응한 채 더 이상 바뀌려는 태도가 보이지 않는다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여성들의 경우 내 주위 사람들이 하는 대로 따라가가려는 성향이 크기 때문에 여성 리더는 가끔 시스템 전체를 바꿔야 하는 경우가 온다. 당신의 시나리오를 바꿔라. 때로는 진심보다 정치적 행동이 필요하다. 부하에게 제대로 일을 시키고 상대의 재능을 사용하는 것에 자유로워야 진정한 여성 리더가 된다. 착한 것으로 좋은 언니가 되려 하지 마라. 잘해보려고 양보하고 베푸는 당신이 만만하게 느껴진 순간 이제 상대는 당신을 휘두를 것이다. 여성과 여성 사이의 중요한 해답은 현실적 상황에서 찾아야 한다. 이제 반대로 당신이 부하인 경우를 보자. 특히 당신이 여성 상사보다 완벽한 조건과 실력으로 그 여성의 자리를 위협하게 되는 경우라면 어떨까? 상사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 경계하게 되는데 당신은 거기서 과연 살아남는가 하는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정치를 해야 하는 건 부하인 당신도 마찬가지다. 영화 <크랙>을 보자. 이 영화에 등장하는 Miss G는 소녀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가족에게 버려져 기숙사에 사는 자신들과 달리 세계를 두루 여행했다는 Miss G는 성숙한 여성적 매력과 자신감으로 여학생들의 충성심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이 만족스러운 관계는 스페인에서 피얌마라는 소녀가 전학을 오면서 금이 가기 시작한다. 피얌마는 처음부터 Miss G를 선망하지 않는다. Miss G의 여행담이 사실은 책에 쓰인 내용을 읽고 말한 것임을 까발리고, 다이빙 부이 체계를 문제 삼고 매번 연습만 시키는 선생에게 왜 대회는 나가지 않느냐고 이의 제기를 한다. Miss G는 이런 피얌마에게 열등감과 경계심을 함께 느낀다. 자신이 풍기던 강력한 아우라는 모두 꾸며진 것에 불과했지만 피얌마는 그러한 아우라를 경험과 내면에서 자연스럽게 발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그녀는 피얌마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선생으로서의 형평성을 잃고 행동한다. 그리고 자신의 열등감을 열망으로 변했을 때에는 그녀는 술 취한 피얌마의 육체를 탐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피얌마가 Miss G을 정면으로 거부하자 여선생의 열망은 증오로 바뀐다. 결국 피얌마가 호흡곤란을 일으키는데 호흡 보조기를 버려둔 채 그녀를 자신의 품 안에 꼭 안고 죽게 내버려 둔다. 그녀는 결코 피얌마에게 총을 쏘지도 않았고 폭력을 행사하지도 않았다. 그냥 피얌마가 호흡 보조기를 찾지 못하도록 방치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녀의 공격 방법 증거가 남지 않으니 처벌받지도 않을 것이다. 피얌마는 Miss G 보다 훨씬 더 완벽하고 성숙한 자아를 가졌음에도 Miss G의 희생양이 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Miss G의 도덕성만 논할게 아니라 피얌마의 취약한 자기 방어를 눈여겨보아야 한다. 직장에서도 완벽한 여자 후배에게 위기감을 느낀 여자 선배가 이렇게 은밀하게 정치적인 공격을 해오는 경우는 빈번하다. 만약 여성의 공격 방법이 은밀하고 비공식적이라면 내 쪽에서도 그에 대비한 방어책이 있어야 한다. 즉 공격한 사람만 죄가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을 방어하지 못한 사람의 죄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열등감을 느낀 Miss G는 자신의 욕심을 실현하는데 기존의 지지와 신뢰를 충분히 활용할 만큼 자신의 인생에 애착이 강했다면 피얌마는 Miss G보다 훨씬 완벽했지만 자신의 존재를 지켜나가는 정치력에서는 취약했던 것이다. 여성 조직 안의 문제는 내가 남보다 완벽하거나 뒤떨어지거나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힘에 의해 대접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똑똑하거나 착하거나 아니면 더 아름다운 여자들이 다른 여성들보다 뛰어나면서도 여성 조직에서 공격에 무력해지는 이유는 이것이다. 완벽한 여성들은 어떤 추상적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자신을 단련하는데 비해, 완벽하지 않지만 욕심이 많은 여성들은 여론몰이나 권력을 얻는데 시간과 공을 들인다. 과연 후자가 나쁘다고 할 수 있는가? 사람이 모인 조직에서는 보다 입체적이고 시스템적인 사고와 행동이 필요하다. 어떤 목표에 대한 성취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 속의 나를 바라보고 그 영향력을 이끌어내는 능력 또한 생존에 중요한 과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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