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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

여자는 왜 첫 출발선을 당연한 기준으로 아는가

앞에서 나는 여성이 상대방의 우월함이나 모자람을 불편해하는 동급 의식에 대해 언급했다. 그런데 유독 여성들의 이러한 경쟁심을 자극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바로 두 여성의 첫 출발선이다. 그녀가 처음부터 나보다 월등하다면 질투 대신 동경을 하게 된다. 당신의 입사 동료가 재벌가 딸이라서 늘 기사가 딸린 차로 출근을 하고 명품 옷을 계절마다 바꿔 입는다 해도 그녀에게 그다지 질투심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동기는 나하고는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이라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신과 비슷한 조건이었던 동료가 어느 날 부잣집 남자를 만나 시집을 잘 간 탓에 갑자기 생활이 바뀐다면 당신의 질투심은 상당히 커진다. 왜냐면 당신이 알던 그 친구의 원래 자리는 거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성은 상대가 자신과 비슷해야 편안함을 느끼지만 만약 두 여성이 처음부터 수직관계였다면 그 또한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상대방이 처음부터 나보다 잘났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나보다 높은 자리에 있었다면 그 경우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여성은 한 번 주어진 시스템을 원칙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환경 창조형이라기보다는 환경 적응형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위, 능력, 외모, 재력 등이 처음부터 나보다 높았던 여성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인정을 하지만 중간에 자신보다 높이 올라가는 여성의 성공은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남자는 경쟁에 대한 훈련이 되어 있어서 자신의 주변 인물이 어느 날 한 단계 위로 올라갔을 때 그것을 인정한다. 타인이 나보다 앞서거나 뒤지는 일에 좀 더 자연스러운 편이다. 자신에게 상대에게도 그것이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여성은 주어진 시스템과 평가에 적응하는 유형이다. 처음 만들어진 기준을 당연하게 따르는 여성들에게 그러한 변화는 불편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회사 내에서 어떤 사람에게 '실력자"라는 평가를 내려주면 계속 실력자라고 인정을 하지만 "무능력자"라고 평가를 내려주면 계속 그렇게 본다. 자신이 직접 상대를 겪어보고 "그는 이렇다"라고 정의하기보다는 이미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객관적 평가를 더 신뢰하는 편이다. 즉 여성은 '원래부터 그랬던 것'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조직이나 소속 단체의 시각을 자신의 시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여성이 다른 여성을 보는 시야도 마찬가지다. 

 

한 헤드헌터의 말이다. "A라는 쇼호스트가 회사를 옮기기 위해 면접을 보았는데 인사과 임원이 외모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뽑지 않았어요, 그런데 재미난 것은 이 A라는 여성은 현재 근무하는 홈쇼핑 회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으로 인식이 되어 있다는 겁니다. 현재의 회사 임원이 회의 때 A의 미모를 칭찬하자 어느새 회사에서는 그녀가 '퀸'으로 인정받고 있었죠.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여성이 다른 회사에서 외모 때문에 떨어진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한 여성의 외모에 대한 평가마저 회사에서 주입시켜 주는 대로 인식하는 이유는 여성이 보통 조직의 힘이나 기준을 과신하기 때문이다. 윗사람이 평가한 내용을 아무 저항 없이 그대로 자신의 생각으로 확립하는 것이다. 현재의 기준을 의심이나 저항 없이 따르기 때문에 그녀들에게는 첫 출발선이 어디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처음부터 나보다 탁월한 사람이라면 경쟁심을 느끼지도 않는다. 단순히 호감을 갖거나 부러워하는 단계로 끝이 난다. 여왕벌이 이용하는 심리도 바로 이것이다. 처음부터 강하게 "나는 너희들과 먼가 다르다"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면서 자신의 자리를 넘보지 못하게 만드는 능력을 발휘한다. 보통의 여성들은 이 여왕벌의 위상을 처음부터 주어진 시스템으로 받아들이기에 그녀의 자리를 인정하는 반면 자신과 비슷한 조건의 동료가 어느 날 핵심 부서로 발령이 나거나 조건이 좋은 사람과 결혼을 하면 관계가 서로 불편해진다.

 

 

 

 

남자들은 이런 경우 성공한 남자 옆에서 관계를 유지하며 도움을 받으려고 한다면 여자들은 그 여자의 감정을 자극하기 위해 빈정거리거나 혹은 자신 스스로가 스트레스를 받아 그 관계를 빠져나온다. 입장을 바꾸어서 만약 나의 첫 출발선이 별 볼 일 없었는데 어느 날 내게 행운이 찾아온다면 그때는 어떻게 다른 여성들과의 관계를 유지할 것인가? 첫 출발선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여성들의 심리를 잘 모르는 여성은 지나친 변화로 인해 고객을 잃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털털하고 소박한 외모에 리얼한 연기로 여성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은 개그우먼이 어느 날 잘생긴 남자랑 결혼을 하더니 자신도 수술과 운동을 통해 예뻐지고 전에 없던 우아한 모습만을 보이면 팬층은 떠나간다. 팬들은 원래 있던 자리의 그녀를 사랑한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가 그녀의 출발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여성은 고민을 해야 한다. 사람들의 기대에 맞추려고 계속 푼수 같은 이미지를 유지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질감 없이 자신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를 느껴야 인기를 유지하는 것이다. 일상의 여성들도 이와 같은 경험을 한다. 내가 우환이 겹쳐 고생할 때 늘 위로와 지원을 보내던 친구들이 막상 내가 행복해지자 그때부터 태도가 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달라진 나의 위치가 상대의 심리적 불편함을 가중시키는 것이다. 이때 나는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  보통 출발선이 화려했던 여자는 다른 여성의 질투를 덜 받는 반면, 출발선이 저조했던 여성들은 사실 한 단계 성공할 때마다 우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조직과 사회에서 늘 성장하고 싶어 하는 여성들은 주위 여성들의 이런 경쟁심리 때문에 마음고생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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